BGM OFF
← 1부 델타룬 인터뷰 보러가기

델타룬 8주년 기념 인터뷰 2부 - 언더테일 한글패치 제작진 인터뷰

과거와 현재, 언더테일 한글패치를 위해 힘써주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씨러버 발렌팀 왈도 언더테일 초벌 및 검수
미니오1.08 한글패치 이식 및 유지보수

Q: 수많은 번역가분들이 시트에 모여 작업하셨는데, 당시 팀 내부의 의견 조율 과정이나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 있었나요?

씨러버 발렌

씨러버 발렌: 우선 가장 문제가 된 게 이름들의 발음 문제였어요. 드리무어/드리머, 아스고르/아스고어, 언다인/운디네/언딘, 알피스/알피 등 여러 의견이 갈려서 이 부분은 총대를 메신 분이 토비에게 직접 질문을 해서 대답을 받아오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머지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나 제안 사항은 따로 정리해서 모아둔 뒤 나중에 한 번에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말장난 같은 것들도 여기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토론했고, 버거팬츠/버거빤쓰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합의가 안되었던 너/당신 같은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원만하게 조율이 됐던 것 같네요.

Q: 언더테일 특유의 언어유희를 초월 번역하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을 텐데요. 번역하셨던 말장난 중 가장 뿌듯했던 대사가 있다면요?

씨러버 발렌

씨러버 발렌: 사실 언더테일의 전체적인 대사에 손을 댔지만 가장 뿌듯했던 대사라면 역시 언더테일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인, 아스리엘전의 "다른 무언가를 불러올 수 있을 것 같다." 겠네요. 한글패치 팀이 모집되기도 전에 이 부분을 게임 시스템이랑 엮어서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떠올랐던 건데 제안을 하니 모두 받아들여 주셨고, 유저분들 반응도 꽤 괜찮았던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그 외에도 샌즈랑 토리엘의 참치마요 농담(해당 장면 농담이 두 갠데, 두번째 건 다른 분이 멋지게 처리해 주셨습니다), 말장난은 아니었지만 GET DUNKED ON을 '털렸구나'라고 번역한 것과 샌즈를 9번이었나 죽이면 나오던 freak을 '미친놈'이라고 번역한 것도 이상하게 반응이 좋아서 신기했어요.

그리고 게임 외적인 번역이지만 드리무어를 '꿈쟁이'라고 불렀던 것도 제가 처음이었는데 아직까지 통용되는 것 같더라고요. 신기한 일이죠.

Q: 방대한 텍스트를 다루면서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작업하시면서 겪은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씨러버 발렌

씨러버 발렌: 많은 곳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모이셨는데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대사만 번역하고 빠지거나, 원래 있었던 번역을 더 번역체 같은 번역으로 갈아 엎어버리거나 하는 일도 있었어요.

특히 검수 때는 줄바꿈을 전부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며 게임 화면이랑 일일이 대조하면서 해결해야 했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았지만 이 과정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을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때가 가장 작업하기 편했습니다.

Q: 2016년 배포 직후 한국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토비 폭스 본인에게 샤라웃도 받으셨죠. 당시 팀 왈도 내부의 반응은 어땠나요?

씨러버 발렌

씨러버 발렌: 사실 처음 한패가 나왔을 때도 검수가 아직 덜 된 상태여서 다들 그냥 묵묵히 검수만 했던 것 같네요. 애초에 서로 소통이 그렇게 자주 이루어지지도 않았고요.

그래도 토비가 트위터에 직접 띄워줬을 때는 다들 웃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만들었던 '아래꼬리'라고 적힌 팀 왈도 로고도 같이 올려줘서 저는 특별히 더 기뻤던 기억이 있네요.

토비 폭스 트윗
당시 토비 폭스가 올렸던 트윗

Q: 마지막으로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 딱 하나와 함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더테일을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씨러버 발렌

씨러버 발렌: 최애캐라면 아스고어였습니다. OST도 언더테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고, 무엇보다 삼지창으로 UI 깨부수는 장면이 멋있잖아요.

언더테일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팬덤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고, 그만큼 인디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또 10년이 지나도 팬덤이 유지될 게임이 아닐까 싶네요.

한글패치 팀에서 노력해 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그 한글패치로 게임을 즐기며 웃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델타룬은 아직 마지막 챕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다리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 *
undyne lookout

Q: 혼자서 1.08 한글패치 제작 및 유지보수를 총대 메고 시작하게 되신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니오

미니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한패 깎는 청년 미니오입니다.

팀 왈도의 한국어 패치는 높은 퀄리티와 훌륭한 번역 센스로 한국 언델타룬 팬덤의 토대 그 자체가 되었고, 토비 폭스, 테미 창, 클라이드 맨덜린 등 언더테일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샷아웃도 받은 매우 상징적인 번역판입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패치의 유지 보수가 끊기면서 한국 팬덤이 반강제로 5차례에 걸친 버전업(v1.01→v1.08)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언델타룬 로어에 대한 이해와 팬덤의 모딩 노하우가 나날이 깊어지고 또 공식 일본어판이 출시되면서, 기존 한국어판에서 개선해야 하거나 개선할 수 있게 된 부분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죠.
(그리고 솔직히 순전히 오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한국어 패치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후술할 기술적 애로사항도 있었고) 개인적인 야망(?) 때문에 "나 혼자 힘으로 몇 달이 걸리든 몇 년이 걸리든 완전히 새로운 번역판을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근데 더딘 진척 속에 (후술할 기술적 애로사항이 해결되기도 했고) 어느덧 언더테일 10주년이 다가오고 있었고, 델타룬의 새 챕터가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언더테일에 대한 한국 게이머계의 관심이 환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최신 패치의 공개를 서두를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냥 팀 왈도의 번역을 그대로 이식하고 핵심적인 부분만 개선 및 검수하여 배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겁니다.

제가 이 작업을 거저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언델타룬을 즐겁게 플레이했고, 다른 분들도 가능한 한 즐겁게 플레이하시길 바랐고, 아무도 안 하고 있던 이 작업을 제가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Q: 예전 팀 왈도의 방대한 번역을 새로운 1.08 버전에 이식하는 게 엄청난 고역이었을 텐데요. 작업 과정과 가장 머리를 쥐어뜯게 했던 기술적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미니오

미니오: 언델타룬의 데이터 파일(data.win)을 모딩할 때 UndertaleModTool이라는 툴이 애용되는데요, 워낙 편리하고 기능도 좋아서 신버전에 이식하는 것(+ 약간의 프로그래밍) 자체는 수월했습니다.
(UnderminersTeam에게 감사를)

진짜 문제는 그전에 기존 번역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이었죠.
안타깝게도 팀 왈도의 번역본은 이 툴이 등장하기 이전에 완성된 지라 호환이 안 되는 게 첫 번째 난관이었습니다. 툴로 열려고 하면 오류를 뿜더라고요.

결국 딸깍해서 뜯는 걸 포기하고 파일 바이너리를 깡으로 분석해가면서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뽑아내야 했어요.

텍스트 적용은 직접 파이썬 코드를 하나 짜서 자동화했습니다.
러프하게 설명하자면 v1.01 원본과 v1.01 한국어판의 텍스트를 비교해서 차이가 있는 것들만 원문-번역문 쌍을 짓고, 그 쌍의 원문과 일치하는 v1.08의 원본 텍스트들을 번역문으로 치환하는 원리였죠.
그리고 원문이 개정됐거나 새로 추가된 텍스트들은 직접 번역했습니다. 1.05 버전부터는 일본어 지원 때문에 번역이 필요한 텍스트가 싹 다 정돈되어 있어서 작업하기 편했습니다.

이미지는 한 땀 한 땀 복붙했습니다. 얘도 자동화하려면 할 순 있었겠지만 머리 아픈 건 싫어오

기억에 남는 버그는 사실 툴이나 게임의 버그가 아닌 제 개인적인 찐빠(?)에 가까운데요, 지금 버전에서는 다 없어진 것 같지만 한때 일부 텍스트가 같은 구간이 반복되며 깨져 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채 널 변 경"이 "채 널채 널채 널 변 경"이 되는 식으로요.

이게 왜 이렇게 됐냐면, 잠깐 검수를 컴퓨터가 아닌 폰으로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저장 과정에서 폴라리스 오피스 앱이 버그를 일으켰더라고요.
근데 그때 당시에는 그걸 파악 못하고 진도를 많이 나가는 바람에, 폰 쓰기 이전 백업본부터 다시 하기도 애매해 깨진 텍스트를 일일이 찾아서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Q: 혼자 작업하시면서 게임 내부 구조 때문에 토비 폭스가 원망스러웠던 적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 있었나요?

미니오

미니오: 1.05 버전 이후 데이터 파일은 일본어 지원을 맡은 8-4사가 로컬라이징이 용이하게끔 내부에 인프라(?)를 쫙 깔아둔 상태여서, 의외로 막 더럽게 꼬여 있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1.01 이전 구버전이었으면 좀 빡셌을지도?요)

그래서 특별한 위기는 없었지만, 패치를 v3로 업데이트할 즈음에 결의지 논쟁과 관련된 해프닝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여론이 '결의' 쪽으로 충분히 기울었다는 판단이 들었고, 또 델타룬 패치가 챕터 1 이래 '결의' 번역을 유지하고 있던 시기라 슬슬 '의지'를 폐기하는 수순을 밟으려 했습니다.
패처 프로그램을 개량하면서 Determination 번역의 기본값을 '의지'에서 '결의'로 변경했죠.

근데 패처 준비를 끝내고 나니까 챕터 5 한패가 나오면서 결의지 논쟁이 갑자기 활활 타기 시작하더라고요...?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의지'를 폐기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을 고쳤지만, 패처를 다시 빌드하긴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배포했습니다.

(편집자 주: 2026년 10월 기준 언더테일 한글패치에서는 '결의' 선택지가 사라지고 '의지'만 남은 상태입니다!)

Q: 이번 델타룬 챕터 5 한글패치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셨더라고요! 델타룬 번역팀과는 어떻게 연이 닿아 기술 지원을 하게 되셨는지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미니오

미니오: 제 언더테일 패치에 이름을 한글로 지을 수 있도록 한글 입력기 코드를 하나 짜서 넣었는데, dtkrpatchteam 측이 그 코드를 델타룬 챕터 5부터 적용하고 싶다고 접촉해 오셔서 허락해드린 게 전부입니다.

한글 이름 입력기
1.08 버전에 직접 구현 된 한글 입력기

특별히 상설연락망이 있다거나 서로 의견 교환하며 조율한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무합니다.
(제가 델타룬 패치 쪽 눈치를 보면서 제 패치에 반영하는 부분이 없진 않습니다)

OK만 때렸을 뿐인데 훌륭한 패치의 크레딧에 오르게 되어서 감개무량할 따름이죠.

팀원인 진윤님과는 진윤님 개인 패치 등등을 이유로 메일을 몇 번 주고받았습니다. 정구지찌짐 츄릅

Q: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니오

미니오: 원래 잘 만들어져 있던 패치 긴빠이했을 뿐인데 응원과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이렇게 인터뷰도 청해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ㅋㅋㅋ
다들 감사합니다.

실은 고작 이식 작업 갖고 꺼드럭거리고 싶지는 않고, 제가 처음부터 손수 제작한 한패도 언델타룬 팬들께 선보여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물색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내년 중반쯤에는 어떤 작품인지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애캐: 녹핀스

고마워요 한패팀!!!!

← 1부 - Dtkrpatchteam 인터뷰 보러가기
ralsei splat